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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행위/기부행위의 개념

금전·금품 제공 기부행위

지난 포스트에서는 선거법상 상시 제한되는 기부행위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것의 적용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이런 규정을 만든 취지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기부행위란 '선거구 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 등에게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산상 이익이라는 말은 사실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을 가리키는 것인지 좀 더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전이나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가장 직접적인 기부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많이 헷갈려하는 것은 얼마까지를 기부행위로 보는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요, 선거법상으로는 가액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단돈 100원의 가치에 불과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예외 없이 기부행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액의 가액임에도 기부행위로 본 판례가 있습니다.

아파트부녀회가 노인회원 45인을 모시고 위로차 임진각 관광을 떠난다는 것을 알고 출발지에 찾아가 부녀회회장에게 현금 15,000원을 찬조금조로 기부한 것은 그 금액이 공선법상 허용되는 경조사비 범위내에 속한다 하더라도 이는 공선법이나 규칙에서 허용되지 아니하는 행위인 것이 분명하고, 위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반보통인 사이에서 행하여지는 의례적인 정의(情宜)의 범위를 벗어나는 능동적·계획적 행위이고 이를 가지고 위법성이 조각되는 의례적인 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1999. 6. 7. 선고 99도1690 판결)

위 판결이 선고될 당시는 선거법에서 일정 가액 범위 안에서 경조사비 제공이 허용되던 시기였습니다. 2004년에 이르러서야 선거법 개정으로 경조사비에 대한 규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과 15,000원의 찬조금마저 의례적인 수준에서 벗어났다고 보고 기부행위로 판단한 것입니다.

공직선거법이 기부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금권의 영향력으로 인한 과열·혼탁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역사적인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단지 그 기부액수가 소액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위 규정의 취지가 몰각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위의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단지 그 액수를 기초로 할 것이 아니라, 그 금원이 제공된 상황, 목적, 경위 등 제반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2019. 2. 14. 선고 2018고합190 판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예를 들어 단돈 몇 백원짜리 음료수도 선거법상 기부행위의 예외 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면 제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거법에서는 제112조제2항에 기부행위로 보지 않는 행위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기부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허용해주는 행위들을 규정한 것입니다.

공직선거법 제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
② 제1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한다.
2. 의례적 행위
차. 의정활동보고회, 정책토론회, 출판기념회 그 밖의 각종 행사에 참석한 사람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차·커피 등 음료(주류는 제외한다)를 제공하는 행위
③ 제2항에서 "통상적인 범위에서 제공하는 음식물 또는 음료"라 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금액범위안에서 일상적인 예를 갖추는데 필요한 정도로 현장에서 소비될 것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기념품 또는 선물로 제공하는 것은 제외한다.
공직선거관리규칙 제50조(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등)
⑥ 법 제112조제3항에 따라 통상적인 범위에서 1명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물 또는 음료의 금액범위는 식사류는 1만원 이하로, 다과류는 3천원 이하로, 음료는 1천원 이하로 한다.

선거법 제112조제2항제2호 차목에 따르면, 의정보고회·정책토론회·출판기념회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한 사람에게 1천원 이하의 음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한 어떤 상황에서든 1천원 이하의 음료를 제공하는 행위마저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선거법상 기부행위는 비록 소액의 가액이라 하더라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거법 제112조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예외적인 행위들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명목이 장학금이든 사례금이든 떡값이든 찬조금이든 상관없이 단돈 100원의 금품 제공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전이나 금품을 제공에 따른 기부행위 사례는 굉장히 많은 편이라 몇 가지만 추려보자면, 국회의원의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재소자에게 영치금을 제공하는 행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 1995. 1. 13. 질의회답), 후보자의 배우자가 선거구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대여한 행위(전주지방법원정읍지원 1998. 11. 20. 선고 98고합56 판결), 입후보예정자가 선거구민에게 간병비 명목으로 20만원을 제공한 행위(광주고등법원 2019. 1. 29. 선고 2018노139 판결), 노인정 경로잔치에 참석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행사 후원금으로 현금 2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실무자에게 건네준 행위(제주지방법원 2019. 1. 10. 선고 2018고합173 판결) 등이 모두 기부행위로 판단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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