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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낙선운동과 선거운동

낙선운동이 쟁점화된 것은 2000년 국회의원선거 때였습니다. 당시 '총선시민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있었는데 이 단체는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정당의 공천 후보자들 중 109명의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며 이들이 공천되는 경우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던 것입니다. 언론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이 단체의 명단 공개와 낙선운동 선언은 사회적인 이슈가 된 바 있습니다.

문제는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공직선거법>으로 명칭이 개정되기 전의 법률)에서 선거운동을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있었고,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에 한정하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의하면 부적격후보자의 당선을 막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낙선운동도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에 속하기 때문에 결국 선거운동으로 봐야 하며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에만 허용이 되기 때문에, 이 단체의 활동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자 시민단체 쪽에서는 부적격자 명단 공개와 같은 낙선운동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며 이로써 유권자의 선택을 도와주는 공익적 행위이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와 참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낙선운동을 금지하는 규정과 선거운동기간을 제한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습니다.

복수의 후보자 중에서 1인만을 선출하는 선거에 있어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은 다른 후보자들의 낙선과 표리를 이루어 양자는 불가분리의 관계에 있다. 특정 후보자가 다른 후보자의 낙선없이 당선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선운동은 그 운동의 한 형태로 낙선운동을 항상 포함하고 있고 또한 당선운동은 언제나 낙선운동으로서의 의미를 함께 가지게 된다.
제3자편의 낙선운동은 후보자측이 자기의 당선을 위하여 경쟁 후보자에 대하여 벌이는 낙선운동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제3자편의 낙선운동의 표적이 된 후보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자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제3자편의 낙선운동은 자기의 선거운동을 대신 하여주는 결과가 된다.
시민단체는 선거운동기간 중 후보자초청대담회 또는 토론회 등 법이 정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고 나아가 선거운동기간 전에도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단순한 지지·반대의 의견개진 및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이처럼 법은 시민단체가 공직선거에 임하여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여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유권자의 대표자 선택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 법익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비록 이 사건 법률조항이 특정후보자의 당선을 위한다는 목적이 없는 제3자에 의한 낙선운동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여 그에 따른 규제를 하고 있다 할지라도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최소한에 그치도록 여러 보완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이 규정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과 선거의 공정이라는 공익 사이에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00헌마121 참조)

하지만 위 결정례처럼 헌재는 낙선운동을 선거운동의 한 형태로 판단했습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의 낙선운동은 결국 다른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낙선운동을 선거운동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는 선거법 조항도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유권자의 선택을 돕는 공익적 특성을 가진다 하더라도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고, 이에 따라 선거운동기간 등의 규정도 똑같이 준수해야 한다고 본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만약 낙선운동을 선거운동과 별개로 구분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낙선운동과 선거운동을 무 자르듯 가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선거운동기간 전이라도 후보자들이 낙선운동을 가장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어집니다. 선거운동의 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후보자 간의 무리한 경쟁과 이에 따른 사회적 손실 등을 줄이기 위해 규정된 것인데, 이 경우에는 이런 규정이 유명무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아마 지금보다도 극렬한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지겠죠.

어쨌든 이 헌재 결정으로 낙선운동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고,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과거처럼 시민단체가 부적격자 명단을 만들어 언론을 대상으로 선언하는 등의 낙선운동은 잘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인터넷 상에서의 선거운동은 선거운동기간이 아니라도 상시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낙선운동이 선거 때마다 등장하고 있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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